출처: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814536
‘2026 DAEJEON PHOTO FESTIVAL’ 9월 9일 개막, 10개국 108명 참여
'2026 DAEJEON PHOTO FESTIVAL’이 9월 9일 ' 노동'을 주제로 대전예술가의집을 비롯해 대전 및 청주 11개 전시장에서 일제히 개막한다. 사진은 방글라데시 작가 GMB 아카시가 포착한 노동의 한 장면. 조직위원회 제공
한 남자가 열차 지붕 위에 올라 커다란 물통을 옮긴다. 맨발은 뜨겁고 거친 철판을 딛고 있고, 가느다란 몸은 물의 무게를 견디느라 잔뜩 휘었다. 그의 뒤편으로는 열차 위에 올라선 사람들과 작은 마을의 일상이 펼쳐진다. 방글라데시 사진작가 아카시(GMB Akash)가 포착한 노동의 한 장면이다.
다른 사진 속에서는 광부들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검댕 묻은 얼굴과 작업복은 그들이 어떤 공간에서 하루를 보냈는지를 말해준다. 또 다른 곳에서는 농부들이 허리를 굽혀 논에서 일하고, 도시의 어둑한 방에서는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시대도 국적도 노동의 형태도 다르다. 하지만 사진 속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는 몸을 움직여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사진이 인간의 노동을 바라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2026 DAEJEON PHOTO FESTIVAL’이 오는 9월 9일 대전시 일원에서 개막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단 하나의 단어, ‘노동’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우크라이나,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한국 등 10개국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체 참여 작가는 108명이다.
대전지역 정보
이번 페스티벌이 흥미로운 점은 노동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진은 20세기 초 공장으로 들어가고, 광산의 막장으로 내려가며, 캄보디아의 논과 미국 서부의 이주노동 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매춘과 범죄조직, 온라인 사기단지 같은 우리 시대 노동의 어두운 경계까지 파고든다. 결국 전시는 ‘우리가 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진작가인 루이스 하인의 ‘굴 가공공장 어린이들’(조직위 제공)
주제전은 대전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1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주제전 1부의 제목은 ‘포스트-노동’이다.
전시는 인류 노동의 변화를 ‘근육의 시대에서 기계의 시대로, 다시 알고리즘의 시대로’ 이어지는 궤적으로 바라본다. 그 출발점에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진작가인 루이스 하인(Lewis Hine)이 있다.
하인은 20세기 초 미국의 공장과 광산 등을 찾아다니며 어린 노동자들을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는 굴 가공공장과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그의 사진은 기록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에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는 데 영향을 미쳤고, 전시는 이를 당시 아동노동금지법 제정과 연결해 소개한다. 카메라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강했던 시대의 사진이다.

조선총독부의 '제주 서귀포 해녀 체격 측정'(조직위 제공)
그런데 같은 시기 한반도에서 카메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 주제전 2부 ‘근대기 노동-미국·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일본인 사진사를 동원해 촬영한 노비·백정·해녀의 유리건판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백정 가족의 신체를 측정하고, 제주 해녀의 몸을 기록한다.
한쪽에서 카메라는 착취당하는 사람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도구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분류하고 관찰하는 시선으로 사용됐다. 같은 카메라가 누구의 손에 들렸느냐에 따라 사진의 의미가 달라진다.

중국 작가 송차오의 ‘광부들’(조직위 제공)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조직위 제공)
노동의 역사는 광산에서도 이어진다. 중국 사진가 송차오(Song Chao)는 산둥성 광부들의 얼굴을 담았고, 한국의 전제훈은 사라져가는 광산과 ‘마지막 광부들’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진가 알렉산드르 체크메뇨프(Alexander Chekmenev)는 돈바스 지역 자영 갱도의 노동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서로 다른 나라의 광부지만 그들의 얼굴은 묘하게 닮았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얼굴에는 석탄 먼지뿐 아니라 한 산업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그 시간은 유럽으로도 이어진다. 독일 사진가 킴 스펄링(Kim Sperling)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50주년을 기록했다. 산업화 시대 한국에서 ‘노동의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머나먼 독일로 떠났던 사람들의 기억 역시 이번 전시의 노동 연대기 안으로 들어온다.

존 빙크의 ‘캄보디아 농촌'(조직위 제공)
노동의 풍경은 광산에서 농촌으로 이동한다. 벨기에 사진가 존 빙크(John Vink)의 카메라는 캄보디아 농촌으로 향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사진은 논에서 사람들이 일렬로 허리를 숙여 일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화면 바로 앞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 개들이다. 한 마리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농기계 위에 올라선 노동자의 거대한 발이 화면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그 사이로 볏단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전형적인 농촌 기록사진의 시선을 비껴간다. 노동자를 영웅화하지도, 농촌을 목가적으로 꾸미지도 않는다. 일하고 살아가는 현장에 우연히 함께 존재했던 사람과 동물과 기계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파올로 파트리찌의 ’인신매매 매춘‘(조직위 제공)
전시가 다루는 ‘노동’은 여기서 훨씬 불편한 영역으로 이동한다. 성매매와 범죄조직, 온라인 사기단지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파트리찌(Paolo Patrizi)는 인신매매와 매춘 현장을, 신진호는 인도 뭄바이의 매춘 현장을 기록했다. 양승우는 일본 신주쿠의 야쿠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필리핀의 제스 아즈나르(Jes Aznar)는 2025년 미얀마 국경 온라인 사기단지를 추적했다. 조직위는 이들의 작업을 성 노동과 플랫폼노동 등 ‘변질된 노동’의 문제를 추적한 사진으로 설명한다.
신진호의 사진 속 여성은 초점 밖으로 완전히 흐려져 있다. 붉은 입술과 웃는 표정만 희미하게 남는다. 다른 사진에서는 또 다른 여성이 좁은 공간에 앉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젖은 듯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짙은 입술, 작은 방의 생활용품들이 한 화면 안에 놓인다. 한쪽은 얼굴을 볼 수 없고, 다른 한쪽은 피할 수 없을 만큼 얼굴이 선명하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오래된 질문까지 따라붙는다.

양승우의 ‘야꾸자’(조직위 제공)
양승우의 야꾸자 작업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느껴진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과 검은 배경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손. 범죄조직이라는 거대한 이름 대신 사진은 얼굴과 손, 몸의 흔적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으로 접근한다. 사진은 설명하기보다 보여준다. 그래서 때로는 설명보다 불편하다.

이경우의 ‘적외선의 세계’(조직위 제공)
주제전이 인간의 노동과 그 변화를 추적한다면 특별전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의 가능성을 훨씬 넓게 펼쳐 보인다.
김영진의 ‘포토그램’, 이경우의 ‘적외선의 세계’, 박하선의 ‘고인돌’, 조춘만의 ‘기계 해부학의 미학적 탐구’가 각각 별도의 공간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경우의 사진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풍경의 색이 사라진다. 적외선으로 바라본 호수 주변 숲은 강렬한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하늘과 물은 짙은 푸른색으로 갈라진다. 흑백 작품에서는 나무와 산, 돌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다.
박하선은 거대한 돌을 바라본다. 고인돌과 마을의 바위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남은 존재처럼 화면을 차지한다.
조춘만의 ‘인터넷 분배기’(조직위 제공)
조춘만은 정반대로 현대문명의 사물을 해체한다. 드론을 완전히 분해해 프로펠러와 몸체, 기판, 모터, 나사를 검은 바탕 위에 질서정연하게 펼쳐놓는다. 인터넷 분배기 역시 케이스와 회로기판, 안테나와 작은 부품들로 해체된다. 완성된 기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내부가 해체되는 순간 하나의 조형물이 된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를 다시 인간이 분해하고, 사진가는 그것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올해 주제인 ‘노동’과도 묘한 공명을 만든다.
김영진의 포토그램은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카메라로 세계를 찍는다는 사진의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빛과 사물의 흔적 자체를 이미지로 남긴다. 결국 사진은 노동을 기록하는 도구인 동시에 그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해 온 기술이다.
대전 전체가 하나의 사진 전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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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은 대전예술가의집 주제전뿐 아니라 지역 곳곳으로 확장된다.
특별전 국제교류전으로 KMoPA 소장품전, KLPA전, Fotogen전, FOTOMOTO PH전, JIPF전이 열리며 KMoPA 포트폴리오 우수작전, 온빛다큐멘터리 수상작전, 유네스코전, ‘감각의 점성’ 등 단체·기관전도 이어진다.
올해 처음 도입한 ‘플러스展’도 눈길을 끈다.
작가가 스스로 전시 공간을 마련해 사진 축제에 참여하도록 문턱을 낮춘 방식이다. 대전에서는 장영진이 더빔갤러리에서, 오준성·정상은이 대전 중구청 로비에서 전시하며 청주 밝은방갤러리에서도 6명이 참여하는 ‘佛·만Photo展’이 열린다.
대전지역 정보
대전포토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정재훈 위원장이 이끌고 있으며 올해 초 사진가 강제욱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다.
개막식은 9월 12일 오후 4시 대전예술가의집 3층 중앙정원에서 열린다. 같은 날 오전 11시 5층 다목적실에서는 퍼블릭톡이 진행된다. 13일에는 오후 2시 양승우 작가의 ‘야꾸자’, 오후 3시 이경우 작가의 ‘적외선의 세계’ 관련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모든 전시장과 행사장 입장은 무료다.
대부분 전시는 9월 2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대전갤러리는 17일까지 운영된다.
100여 년 전 어린 노동자를 바라봤던 루이스 하인의 카메라에서 광부와 농민, 이주노동자와 성 노동자를 거쳐 이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기계와 알고리즘의 시대로 왔다. 노동의 모습은 달라졌다. 그러나 사진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누가 누구의 노동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인간의 노동이 기계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사진은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올가을 대전에서 108명의 사진가가 각자의 카메라로 그 질문을 꺼내놓는다.
출처: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814536
‘2026 DAEJEON PHOTO FESTIVAL’ 9월 9일 개막, 10개국 108명 참여
한 남자가 열차 지붕 위에 올라 커다란 물통을 옮긴다. 맨발은 뜨겁고 거친 철판을 딛고 있고, 가느다란 몸은 물의 무게를 견디느라 잔뜩 휘었다. 그의 뒤편으로는 열차 위에 올라선 사람들과 작은 마을의 일상이 펼쳐진다. 방글라데시 사진작가 아카시(GMB Akash)가 포착한 노동의 한 장면이다.
다른 사진 속에서는 광부들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검댕 묻은 얼굴과 작업복은 그들이 어떤 공간에서 하루를 보냈는지를 말해준다. 또 다른 곳에서는 농부들이 허리를 굽혀 논에서 일하고, 도시의 어둑한 방에서는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시대도 국적도 노동의 형태도 다르다. 하지만 사진 속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는 몸을 움직여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사진이 인간의 노동을 바라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2026 DAEJEON PHOTO FESTIVAL’이 오는 9월 9일 대전시 일원에서 개막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단 하나의 단어, ‘노동’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우크라이나, 중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한국 등 10개국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체 참여 작가는 108명이다.
이번 페스티벌이 흥미로운 점은 노동을 단순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진은 20세기 초 공장으로 들어가고, 광산의 막장으로 내려가며, 캄보디아의 논과 미국 서부의 이주노동 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매춘과 범죄조직, 온라인 사기단지 같은 우리 시대 노동의 어두운 경계까지 파고든다. 결국 전시는 ‘우리가 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100년 전 공장에 들어간 카메라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진작가인 루이스 하인의 ‘굴 가공공장 어린이들’(조직위 제공)주제전은 대전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1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주제전 1부의 제목은 ‘포스트-노동’이다.
전시는 인류 노동의 변화를 ‘근육의 시대에서 기계의 시대로, 다시 알고리즘의 시대로’ 이어지는 궤적으로 바라본다. 그 출발점에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진작가인 루이스 하인(Lewis Hine)이 있다.
하인은 20세기 초 미국의 공장과 광산 등을 찾아다니며 어린 노동자들을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는 굴 가공공장과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그의 사진은 기록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에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는 데 영향을 미쳤고, 전시는 이를 당시 아동노동금지법 제정과 연결해 소개한다. 카메라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강했던 시대의 사진이다.
조선총독부의 '제주 서귀포 해녀 체격 측정'(조직위 제공)그런데 같은 시기 한반도에서 카메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 주제전 2부 ‘근대기 노동-미국·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일본인 사진사를 동원해 촬영한 노비·백정·해녀의 유리건판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백정 가족의 신체를 측정하고, 제주 해녀의 몸을 기록한다.
한쪽에서 카메라는 착취당하는 사람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도구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분류하고 관찰하는 시선으로 사용됐다. 같은 카메라가 누구의 손에 들렸느냐에 따라 사진의 의미가 달라진다.
광부의 얼굴, 노동의 시간을 새긴 사진
중국 작가 송차오의 ‘광부들’(조직위 제공)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조직위 제공)노동의 역사는 광산에서도 이어진다. 중국 사진가 송차오(Song Chao)는 산둥성 광부들의 얼굴을 담았고, 한국의 전제훈은 사라져가는 광산과 ‘마지막 광부들’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진가 알렉산드르 체크메뇨프(Alexander Chekmenev)는 돈바스 지역 자영 갱도의 노동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서로 다른 나라의 광부지만 그들의 얼굴은 묘하게 닮았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얼굴에는 석탄 먼지뿐 아니라 한 산업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그 시간은 유럽으로도 이어진다. 독일 사진가 킴 스펄링(Kim Sperling)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50주년을 기록했다. 산업화 시대 한국에서 ‘노동의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머나먼 독일로 떠났던 사람들의 기억 역시 이번 전시의 노동 연대기 안으로 들어온다.
존 빙크의 ‘캄보디아 농촌'(조직위 제공)노동의 풍경은 광산에서 농촌으로 이동한다. 벨기에 사진가 존 빙크(John Vink)의 카메라는 캄보디아 농촌으로 향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사진은 논에서 사람들이 일렬로 허리를 숙여 일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화면 바로 앞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 개들이다. 한 마리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농기계 위에 올라선 노동자의 거대한 발이 화면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그 사이로 볏단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전형적인 농촌 기록사진의 시선을 비껴간다. 노동자를 영웅화하지도, 농촌을 목가적으로 꾸미지도 않는다. 일하고 살아가는 현장에 우연히 함께 존재했던 사람과 동물과 기계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노동의 가장 어두운 곳까지 들어간 사진가들
파올로 파트리찌의 ’인신매매 매춘‘(조직위 제공)전시가 다루는 ‘노동’은 여기서 훨씬 불편한 영역으로 이동한다. 성매매와 범죄조직, 온라인 사기단지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파트리찌(Paolo Patrizi)는 인신매매와 매춘 현장을, 신진호는 인도 뭄바이의 매춘 현장을 기록했다. 양승우는 일본 신주쿠의 야쿠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필리핀의 제스 아즈나르(Jes Aznar)는 2025년 미얀마 국경 온라인 사기단지를 추적했다. 조직위는 이들의 작업을 성 노동과 플랫폼노동 등 ‘변질된 노동’의 문제를 추적한 사진으로 설명한다.
신진호의 사진 속 여성은 초점 밖으로 완전히 흐려져 있다. 붉은 입술과 웃는 표정만 희미하게 남는다. 다른 사진에서는 또 다른 여성이 좁은 공간에 앉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젖은 듯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짙은 입술, 작은 방의 생활용품들이 한 화면 안에 놓인다. 한쪽은 얼굴을 볼 수 없고, 다른 한쪽은 피할 수 없을 만큼 얼굴이 선명하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라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오래된 질문까지 따라붙는다.
양승우의 ‘야꾸자’(조직위 제공)양승우의 야꾸자 작업에서도 비슷한 긴장이 느껴진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과 검은 배경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손. 범죄조직이라는 거대한 이름 대신 사진은 얼굴과 손, 몸의 흔적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으로 접근한다. 사진은 설명하기보다 보여준다. 그래서 때로는 설명보다 불편하다.
노동 이후, 카메라는 어디로 가는가
이경우의 ‘적외선의 세계’(조직위 제공)주제전이 인간의 노동과 그 변화를 추적한다면 특별전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의 가능성을 훨씬 넓게 펼쳐 보인다.
김영진의 ‘포토그램’, 이경우의 ‘적외선의 세계’, 박하선의 ‘고인돌’, 조춘만의 ‘기계 해부학의 미학적 탐구’가 각각 별도의 공간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경우의 사진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풍경의 색이 사라진다. 적외선으로 바라본 호수 주변 숲은 강렬한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하늘과 물은 짙은 푸른색으로 갈라진다. 흑백 작품에서는 나무와 산, 돌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다.
박하선은 거대한 돌을 바라본다. 고인돌과 마을의 바위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남은 존재처럼 화면을 차지한다.
조춘만은 정반대로 현대문명의 사물을 해체한다. 드론을 완전히 분해해 프로펠러와 몸체, 기판, 모터, 나사를 검은 바탕 위에 질서정연하게 펼쳐놓는다. 인터넷 분배기 역시 케이스와 회로기판, 안테나와 작은 부품들로 해체된다. 완성된 기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내부가 해체되는 순간 하나의 조형물이 된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를 다시 인간이 분해하고, 사진가는 그것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올해 주제인 ‘노동’과도 묘한 공명을 만든다.
김영진의 포토그램은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카메라로 세계를 찍는다는 사진의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빛과 사물의 흔적 자체를 이미지로 남긴다. 결국 사진은 노동을 기록하는 도구인 동시에 그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해 온 기술이다.
대전 전체가 하나의 사진 전시장으로
이번 페스티벌은 대전예술가의집 주제전뿐 아니라 지역 곳곳으로 확장된다.
특별전 국제교류전으로 KMoPA 소장품전, KLPA전, Fotogen전, FOTOMOTO PH전, JIPF전이 열리며 KMoPA 포트폴리오 우수작전, 온빛다큐멘터리 수상작전, 유네스코전, ‘감각의 점성’ 등 단체·기관전도 이어진다.
올해 처음 도입한 ‘플러스展’도 눈길을 끈다.
작가가 스스로 전시 공간을 마련해 사진 축제에 참여하도록 문턱을 낮춘 방식이다. 대전에서는 장영진이 더빔갤러리에서, 오준성·정상은이 대전 중구청 로비에서 전시하며 청주 밝은방갤러리에서도 6명이 참여하는 ‘佛·만Photo展’이 열린다.
대전포토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정재훈 위원장이 이끌고 있으며 올해 초 사진가 강제욱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다.
개막식은 9월 12일 오후 4시 대전예술가의집 3층 중앙정원에서 열린다. 같은 날 오전 11시 5층 다목적실에서는 퍼블릭톡이 진행된다. 13일에는 오후 2시 양승우 작가의 ‘야꾸자’, 오후 3시 이경우 작가의 ‘적외선의 세계’ 관련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모든 전시장과 행사장 입장은 무료다.
대부분 전시는 9월 2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대전갤러리는 17일까지 운영된다.
100여 년 전 어린 노동자를 바라봤던 루이스 하인의 카메라에서 광부와 농민, 이주노동자와 성 노동자를 거쳐 이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기계와 알고리즘의 시대로 왔다. 노동의 모습은 달라졌다. 그러나 사진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누가 누구의 노동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인간의 노동이 기계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사진은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올가을 대전에서 108명의 사진가가 각자의 카메라로 그 질문을 꺼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