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휴먼
Cities and Humans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도시는 성장과 쇠퇴를 거듭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흔적을 품는다. 2025 대전 포토 주제전 ‘Cities and Humans’는 세계 곳곳의 도시 풍경을 기록하며,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조명한다.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왔고, 다른 풍경 속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남긴다.“우리는 이 공간 속에서 어떤 기억을 쌓아가고 있는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마르코 폴로는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 흩어져 존재하는, 각기 다른 도시들을 이야기한다. 황금으로 빛나는 도시, 끝없이 확장되는 도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도시, 그리고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도시들. 서로 다른 모습의 도시들이 나열되지만, 결국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이어짐이 존재한다.
이번 전시에 담긴 도시 풍경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포착된 이미지들은 단절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각과 기억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Cities and Humans’는 단절된 듯한 도시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삶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생산』에서 도시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인간의 삶이 축적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것이라 말한다. 도시는 건축과 구조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간다. 도시는 생성되고, 소멸하며, 다시 생성되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며, 그곳에 우리의 기억을 쌓아간다.
각기 다른 배경의 사진 속 공간들은 분절된 듯하지만,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 공통된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가며 이어진다. 사진 속 도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과 풍경은 우리가 공유하는 감각과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기억을 저장하고 해석하는 힘을 가진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이번 전시가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느끼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025 대전포토 예술감독 김성민